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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이지스 어쇼어 중지 관련 -日 정부 의사결정 과정 변화

정회주 일본지역연구가 승인 2020.07.03 19:47 의견 0

일본 고노 타로 방위대신은 예정에 없던 야간 기자회견을 통해 갑자기 ‘이지스 어쇼어’의 추진 중지를 발표했다. ‘이지스 어쇼어’시스템과 연동하는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때 추진체가 민가에 떨어질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개조하려면 장기간과 추가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구차한 설명도 부언했다.

‘고노 타로’ 방위대신은 일본내에서 젊은층의 지지와 함께 ‘합리적’이란 평판을 받고는 있어 이번 결정도 여론상으로는 합리적 판단이라는 결과를 얻고 있으나, 이제까지 아베정부가 취해왔던 방식과는 방식의 의사결정이다.

예를 들면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의 경우, 예산은 2,400억 엔에서 9,300억 엔(오키나와현은 최대 2.5조엔까지 시산)으로 늘어났고, 공사 기간도 8년에서 12년으로 연장되었으며, 강한 지자체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베정부는 미일관계를 고려해 강행중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아베정부는 중대한 정책결정에 있어서 장애가 발생하면 새로운 국면을 부각시키고 언론과 협조하여 여론을 조성해왔는데, 이번 ‘이지스 어쇼어’와 ‘오키나와 헤노코’ 문제는 거의 유사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의사결정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중인 소구경 레일건 (출처: 일본 방위장비연구소)

 

개발중인 소구경 레일건 (출처: 일본 방위장비연구소)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지금 아베정부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부터 추론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지스 어쇼어’는 6∼7년에 걸쳐 작전배치될 예정인데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혹은 예측 불가한 탄도미사일 궤도 등 최근의 탄도미사일 관련 신기술에는 대응이 불가하며, 북한 미사일 위협에도 포망(동시 대량) 공격에 취약하다는 기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이 자체적으로 개발중인 세계적 수준의 기술(전자파 공격, 레이저, 레일건 등)로도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결국 ‘이지스 어쇼어’ 도입은 2017년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미일관계 강화를 위해 총리관저가 무리하게 내렸던 결정이었고, 지금은 지자체의 반발로 인해 이를 번복하는 형국이다.

둘째, 자민당내 극우세력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이번 ‘이지스 어쇼어’를 계획한 것은 극우의원중 하나인 ‘오노데라’ 전 방위대신인데 이들은 자민당 국방부회를 포함한 합동부회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아베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담당하면서 아베내각의 콘크리트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정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미숙한 대응과 계속된 정치 스캔들로 인해 아베정권의 콘크리트 지지 기반층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며, 자민당 지지율까지 동반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위기감을 느낀 극우 보수세력들은 아베총리를 비난하면서 제 살길을 찾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이제까지 아베정권에서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 때문에 극우세력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이 빠져나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평소 그들이 주장해 왔지만 여론의 반발로 파묻어 놓은 ‘적기지 공격능력’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고 있는 것이다.

日 지지통신이 6월 27일 발표한 2020년 6월 내각 지지율  (정회주 제공)

셋째,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아베총리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 경향을 보이고 있어 자민당 내에서는 포스트 아베를 두고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기시다 정조회장이 가장 유력한 형국인 가운데, 만일 아베총리가 후임자로 고려중인 ‘기시다’에 대한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으면 아베총리와 자민당은 아베총리 4선도 고려중인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자민당내 차차기 후보들이 미래를 보면서 각자 인지도 향상을 위한 돌출발언을 하고 있다.

따라서 자민당내 국방부회 등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이지스 어쇼어’ 추진 중지를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도 차차기 총리를 노린 ‘고노 타로’의 계산된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고노 타로’는 SNS를 활용한 정보발신이 그가 보유한 장점이기 때문에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는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 한일관계는 강제징용공 문제 뿐 아니라 WTO사무총장, G7 문제 등 새로운 갈등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감안해야 할 사안은 일본 정부의 의사결정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는 아베총리의 지지율 하락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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