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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37)] 일곱 가지 아이디어 (중편)

4부: 청소년과 부모들을 위한 제언과 일곱 가지 아이디어 #05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12.21 16:00 의견 0


넷째, 청소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대단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합니다.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위원회 초대 위원장이었던 장병규 교수는 『스타트업 한국』에서 좀 유치한 계산이지만, 스타트업의 평균을 ‘실패’라고 말합니다.

여러 자료를 볼 때, 창업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스타트업도 많고, 이 기간을 3년 이상으로 연장하면 90% 이상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 가야할 청소년들의 직업이 될 것입니다. 말로만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말고, 청소년 시절부터 창업할 수 있도록 권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학교에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인큐베이팅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식으로든 창업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를 청소년 시절로 앞당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어차피 공무원 할 거 대학교에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어차피 창업할 거면, 청소년 시기부터 도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혹시 “학교는 안 다니고?”라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운동 특기생들은 오전 수업 이후에는 정규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자가 다녔던 대학교에는 야구부, 농구부, 축구부 등이 있었는데 그 학생들은 수업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학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게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는데, 분명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 수업을 강조하면 스포츠 관련 엘리트 탄생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왜냐하면, 운동의 절대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종종 외국의 사례에서처럼 일류대학에 다니면서도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종종이죠. 분명 사람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균형 있는 교육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을 굳이 학교 교육에만 국한 할 이유가 있을까요? 더욱이 공교육의 무용론이 등장하고 교육의 혁신과 혁명을 외치는 상황에서.

창업을 위해서 학생들은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협업을 배우고 공동체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회의를 합니다. 자료를 검색하고 해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업 아닌가요?

아울러 결과까지 나옵니다. 결과는 실패와 성공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해서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겨우 청소년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실패를 지적하지 않고 격려할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의 ‘엔젤투자자’들은 투자를 바라는 창업자들이 찾아왔을 때, 가장 먼저 질문하는 게 “몇 번 실패해 봤어?”라고 합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패스트 패일(fast fail)’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요. 고개를 갸웃 거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투자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실패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신(God)이 아닌 이상 어떤 일이든 한 번에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실패에 대해서 아주 가혹합니다. 그 실패 경험은 대부분 진학 과정에서 겪게 되고요. 좋은 대학교가 아니라 좋은 고등학교, 최근에는 국제학교가 등장해서 유치원 시절부터 실패를 운운합니다(이게 무슨 짓인지). 한 가지 근거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고등학교 졸업 시즌에는 학교 정문 근처에 대학 합격자 수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이런 현수막 게시의 현재 모습은 국제학교 입학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청소년 스타트업 제도가 생기면 실패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실패할 수 있단다. 낙심하지 말고, 다시 도전해 보렴.” 도전 자체로만으로도 칭찬받고 격려 받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인문계가 아닌 공업(특성화)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매년 전국기능대회에 참여합니다. 물론, 아무나가 아니라 우수한–입상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만 참가 합니다. 이들은 주말과 방학도 반납하고 열심히 훈련합니다. 그리고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면 그 혜택이 큽니다. 상금도 받고, 취업하는 데도 유리합니다. 그러나 입상하지 못하면, 그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들의 노력에 대한 적절한 격려와 보상이 없으니까요. 이런 ‘승자독식’형태의 경연대회는 지양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에게는 과정을 중요하게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다섯째, 청소년 도서관 확충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청소년들을 미래의 주역이라고 떠들어 대면서도 그들을 위한 제도는 미비한 실정입니다. 그들을 위한 지원 부족이 청소년 범죄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관심 분야에 대해서 충분히 배울 수 있고, 동아리 활동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 범죄는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 전체가 담당해야 하고, 선생님이나 부모만 관심 가질 게 아니라, 온 지역 주민이 관심 가져야 합니다. 『늦어서, 고마워』에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사례를 들어서 학교와 지역 네트워크가 잘 조성된 곳의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범지역적으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표시하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공간입니다. 물론, 많은 자치지역에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 조성돼 있긴 합니다. 그러나 도서관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증평군의 증평도서관, 남양주시의 이석영 도서관, 부천시의 도서관 등은 청소년들의 니즈를 반영해서 구성한 도서관입니다.

아울러 ‘러빙핸즈(멘토 멘토링 기관)’에서 운영하는 ‘초록 리본 도서관’은 시민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유·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 도서관은 각 지역에 설립돼 있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도서관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부족한 게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중・고등학생은 그저 학교에서 공부, 학원에서 공부, 집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대학만 들어가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뜬구름 잡는 표어도 바뀌지 않았고요. 다만, 청소년들이 믿지 않을 뿐입니다. 오히려 복잡한 대학입시로 인해서 ‘불공정(unfair)’함만을 몸소 체득하고 있을 뿐이죠.

청소년들만을 위한 도서관은 기본적인 운영부터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프로그램 구성, 공간사용, 재원분배 등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프로그램의 주체는 청소년이어야 하고요.

광주 ‘삶디’에서 모토로 삼고 있는 ‘청소년 주도력’을 실천하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도서관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의정부시에 설립한 음악 도서관과 미술 도서관처럼 예체능에 집중된 도서관 형태일 수도 있고, 대학교에 조성된 글로벌 라운지처럼 영어로만 대화하는 도서관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직접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예 창작 도서관도 설립할 수 있겠죠. 현재처럼 ‘도서관?’하면 떠오르는 조용히 책만 읽어야 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의 니즈를 반영한 도서관을 설립해야 합니다. 지역 청소년들의 랜드마크같은 공간이어야 합니다.

부천시는 도서관들을 특화해서 각기 다른 분야의 서적을 보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A도서관은 인문학으로 특화됐다면, B도서관은 이공학으로 특화한 것이죠. 이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동종의 책을 다량 구매하는 대신 다양한 서적을 구비해서 시민들의 도서 선택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도서관의 교차 대여 시스템이 잘 이뤄져서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하루면 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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