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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장미의 이름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12.21 10:25 의견 0
영화 <장미의 이름> 스틸컷

이제는 명작의 반열에 오른 소설덕분에 오래된 영화까지 소환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책이 워낙에 유명해서 이렇게 영화가 오래전에 만들어졌는지 생각도 못했는데 벌써 3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주인공으로 나왔던 숀 코네리 옹은 이제 은퇴를 선언하셔서 더 이상 스크린에서는 볼 수가 없고, 크리스챤 슬레이터는 배 나온 아저씨가 되어서 스크린에서 존재감이 사라진지 오래다. 세월이 야속하다는 표현이 이 영화를 보면 실감이 난다.

장미의 이름이라는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책을 다 읽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영화로 표현 되었을 때 어떻게 관객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지 궁금했다. 러닝타임의 제약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책을 읽은 이들은 이 궁금증에 동의할 것이다.

영화 <장미의 이름> 스틸컷

◇웃지말란 말이다.

영화의 결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것이다. "웃지말란 말이다."

영화의 간단한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수도승 윌리엄이 제자를 데리고 살인사건이 벌어진 수도원을 방문해서 조사를 하게 된다. 수사를 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윌리엄은 끈질기게 그 사건의 배후를 추적해 나가게 되는 추리극이다.

그 살인의 이뤄지는 방식에 요한계시록이 등장하기도 하고, 수련승인 아드소의 내면적인 갈등과 더불어 당시 카톨릭 교단의 종파싸움과 어처구니 없는 잔학한 행위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책과는 약간 다르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아름다운 여자는 검은 고양이가 변신한 마녀라고 해서 화형을 시켜야한다는 내용인데, 잘 알고 있듯이 실제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에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결론은 아리스토 텔레스의 유일하게 남은 책 한권....

웃음을 부정해야 하는 충직한 노수도승이 웃음의 씨앗을 자르기 위해서 살인을 한다는 결론인데, 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사실 책을 봤다고는 해도 그닥 이해가 잘 가는 부분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 추리의 과정이 배경은 중세를 하고 있지만, 세련된 추리기법을 동원하는 윌리엄을 통해서 긴장감 있게 그려지고 있는데, 30년도 더 전의 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세련된 연출과 추리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배경에서 그려지는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는 데 방해는 되지 않으니, 세월이 지나도 좋은 영화는 늘 그자리에 있는 법이다.

영화 <장미의 이름> 스틸컷

◇오래전 영화에서 각색이란 것의 의미를 보는 것도 묘미

책을 보고 영화를 보게되면 실망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책의 내용을 영화적으로 바꾸다보면 무리하게 각색하는 경우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각색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책의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내용을 압축하는 것에 각색을 사용한 것일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심지어 책에서 보여지는 인물의 형태와 굉장히 유사한 연기자들이 포진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여지는 우리의 헬보이 '론 펄먼' 처럼 말이다. 책을 다 읽기는 했지만, 작가의 이력이 말해주듯이 책은 굉장히 장대해서 한번에 다 읽는게 왠만해서는 쉽지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는 만큼 책을 안읽은 이들이 접하기에는 부담이 없어보인다. 다만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끝맺음 하고자 한다.

작가는 007의 작가인 이언플레밍의 팬이라 주이공도 007의 숀코네리였고, 추리기법이나 진행에서 007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영화가 있는데, '셔터 아일랜드' 와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세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일 뿐, 정확한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the Rose, 1986)
감독 : 장 자크 아노
출연 : 숀 코네리, 크리스챤 슬레이터, 머레이 에이브러햄 , 론 펄먼
원작 : 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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