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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보헤미안 랩소디

다큐PD 김재훈 승인 2020.01.10 09:20 의견 0

전설적인 밴드의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테고, 그가 에이즈로 죽었다는 것도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유명한 것은 바로 제목 속의 노래에 등장하는 "MaMa~~ \Ooh~ooh" 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에 전성기를 구가하던 록앤롤의 시대에서도 눈에 띄는 엄청난 밴드였기에 그리고 드라마틱한 리드 싱어의 죽음은 언젠가 영화로 나와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주인공을 맡은 '레미 말렉'이라는 배우가 솔직히 누구인지도 모르겠고, 그 외의 등장인물들도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터라 기대감보다는 '퀸(Queen)'의 명성에 똥칠을 하지나 않을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음악의 힘, 게다가 그 음악이 퀸(Queen) 이라니...너무나 당연한 성공

프레디 머큐리의 외모는 세월이 지나도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앞으로 돌출된 뻐드렁니와 광대뼈, 왠지 괴기스러운 느낌의 과도한 무대매너가 그의 전매특허였다. 그런 외모에서 나오는 천상의 보컬이라니 어찌 보면 그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더 대단할지도 모른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도 여기저기서 많이 흘러나오던 노래들, '보헤미안 랩소디'는 말할 것도 없고,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나 '위윌락유''위아더 챔피언' 같은 노래들은 어떤 OST 보다 파괴력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예전부터 노래는 좋았지만, 퀸의 팬은 솔직히 아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프레디 머큐리가 죽고 나서야 퀸의 리드보컬의 이름이 그것이었다는 걸 알았을 정도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들의 윔블던 공연 실황은 일본에서 영상을 복사해서 몰래 들여온 것을 뮤직비디오만을 상영하는 곳을 통해서 용돈을 쪼개서 입장료를 지불해가며 어렵사리 볼 수밖에 없던 시절에는 오로지 다양한 노래와 밴드의 이름 같은 겉으로 드러난 음악에 대한 정보들을 최대한 많이 아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나마 퀸을 다시 만나게 되니 오랜 세월을 지나 이제서야 퀸의 팬이 된 느낌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최고의 음악인데, 왜 엉성하다는 느낌이 올까? 천만 명이 볼만한 영화인가?

하지만, 이것은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영화가 아니었던가.
상영시간이 흘러갈수록 왜 나는 이 영화가 왜 이리 인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들의 음악을 스크린을 통해서 듣는 것이 감동 포인트라면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더 좋은 음향 기기들이 많은 지금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대중의 힘이란 때론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기에 따지고 싶지는 않다.

음악만의 힘으로 성공하는 영화들이 적지 않은데, 엄청난 대중적 인지도의 퀸의 음악이라면 뭐 이해해야지 어쩌겠나.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들이 마치 징검다리 중간중간의 돌이 빠져있는 것 같이, 결정적인 감정의 흐름들을 잡아내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생각은 지울 길이 없다.

어차피 속편이 나올 것도 아니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는데 이런 흠을 잡는 게 어색할 뿐이다.
프레디의 외모와 무대매너 흉내를 완벽하게 해낸 레미말렉이 최대의 수혜자겠지만, 앞으로도 나는 그를 기억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어린 시절부터 최고의 커버 사진을 뽑으라면 빠지지 않을 이것. 팬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이 커버만으로도 퀸은 이미 전설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음악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퀸은 비록 팝송이라 가사에 감정의 대입은 어려웠을지라도 프레디의 목소리에서 오는 묵직함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소리를 몇 번이고 들었다.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이기 전에 추억이 아니었을까. 그의 죽음과는 별개로 말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2018)
감독 : 브라이언 싱어
출연 : 레미 말릭, 루시 보인턴,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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