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로컬을가다]로컬 창업생태계 육성 앞장서는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8) 서울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강선규 센터장

이연지 기자 승인 2020.05.27 19:38 | 최종 수정 2020.05.27 19:39 의견 0

마을공동체는 로컬에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까? 가재울 뉴타운은 40~50년 성숙한 명지대 상권을 끼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과 학생들은 문화적 소비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연남동이나 홍대 앞을 찾아간다. 이런 세밀한 부분을 놓치지않고 로컬 창업생태계를 성장시켜 마을공동체를 발전시키려는 중간지원조직이 있다.

바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로, 통합센터가 갖는 장점을 살려 로컬 벤처와 로컬크리에이터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강선규 센터장과의 인터뷰 속에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로컬이 갖고 있는 특징과 로컬크리에이터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서대문구 로컬 벤처 및 로컬크리에이터 양성과정인 <로컬완전정복>. 연단에 선 인물이 강선규 센터장.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제공)

▶다소 생소한 명칭이기도 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이하 ‘강’):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는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분야의 정책사업지원을 통합운영하는 기관이다. 서울시 대부분의 자치구들은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와 주민자치에 별개의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서대문구는 주민들과의 접촉점이 많고 유사한 가치지향성을 가진 사업들을 묶어서 지원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센터는 2013년부터 운영되었고, 2017년 6월에 센터가 지금의 건물로 이전 개소하면서 통합센터가 되며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다.

통합센터이기 때문에 시너지가 나는 부분은 많다. 주민들이 모여서 공동체 활동을 하다가 지속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적절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일반 주민입장에선 ‘사회적경제’가 낯설게 느껴진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이런 일을 지원하고 있지만, 쉽게 찾아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는 마을공동체팀이나 주민자치사업단으로부터 그런 주민모임이 감지되면, 이야기를 들어보고 바로 사회적경제팀을 연결해준다. 주민들 입장에서도 그간 익숙하게 소통하던 센터의 다른 직원을 만나는 것뿐이니 그리 어색해하지 않으신다. 지역 컨텐츠로 사업을 구상하거나 주민대상 서비스를 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어떤 정보를 얻고, 어느 곳에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할지 물어보기 쉽다.

센터 내부에서도 통합센터이기에 낼 수 있는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센터 전체 주간회의인데, 이 자리에서 각 파트의 일들을 모두 공유한다. “이번에 협동조합 창립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이 과정이 필요한 주민자치회 멤버나 관심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지기가 있느냐?” 물어보기도 하고, “자치회에서 이런 의제가 나왔는데,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기업이 있을까?”, “우리 기업이 이번에 이런 사업을 진행하는데 주민 네트워크에 적극 홍보해 주었으면 좋겠다” 등 서로의 정보가 자연스럽게 내부에서 흐르도록 하고 협력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C3rRu6zBtA&feature=emb_logo

▶센터가 ‘로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는 언제부터이고, 그간 해온 일들은 어떤 것인지?

☞강: 우리는 2017년부터 매년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 통합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의 사회 변화나 흐름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키워드를 찾아서 아카데미를 기획했는데, 2018년에는 ‘공간과 리더’라는 주제로 공간운영자들,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대표들, 공간을 기획하는 분들을 모셔 12차례의 시리즈 강좌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로컬’이 중요한 화두가 될 거라 보고, <로컬 더하기>라는 주제로 10강을 진행했다. 사회적경제특구 사업 1년차를 마무리하는 포럼도 <로컬 부심(로컬+자부심)>이었다. 심지어 센터 통합 활동공유회의 제목도 <로컬에서 만난 사이>였다.

광역센터와 별개로, 자치구 센터가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할 때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과정 속에 로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던 것 같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역에 기반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생태계를 형성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일은 자치구 지원 센터에서만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적경제 특구사업과 주민기술학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협동조합 지원 컨설팅에도 <지역기반 협동조합 창업 마스터과정>을 따로 만들어 운영한다.

서대문구가 로컬에서 주목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는 ‘문화적 소비’다. 이건 우리 센터가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을 준비하며 찾아낸 과제다.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의제를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하는 취지의 사업인데, 기획단계에서 지역자원조사를 했을 때 명지대 근처 ‘가재울 뉴타운’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첫째가 지하철, 다음이 문화적 소비였다.

명지대 근처는 40~50년의 역사를 가진 점포가 많이 있는 상권이지만 새로 유입된 가재울 뉴타운의 주민들, 심지어 명지대 학생들조차 이 지역에서 소비활동을 하지 않는다. 주민들이나 학생들이 ‘문화적 소비’에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지역 상권이 그 욕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연남동, 홍대 앞, 일산 등지에 손님들을 넘기고 있다. 주민들이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분위기 있게 밥 한번 먹으려 해도 멀리 나가야 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소비’ 욕구를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해소하게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관내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함께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건 제조업도 거의 없고, 대형 마트도 없는 서대문구에 대학이 9개나 있다는 점이고, 관내 사회적경제기업 중에는 문화기획과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창업컨설팅과 지원을 주로 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런 자원들을 활용해 기존 상권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이 지역에서 소비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지역생태계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2019년 개최한 <로컬 더하기>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제공)

▶대화의 맥락 속에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만의 독특한 뉘앙스가 느껴진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경제기업’이라는 표현이 인증된 사회적기업만을 의미하지 않는 듯 하다.

☞강: 흔히 ‘사회적경제기업’이라고 하면 협동조합, (예비 또는) 인증 사회적기업 등으로 조직의 유형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사회적기업 인증 유무를 떠나 지역에 있는 소상공인들 또는 주민들과 함께 지역을 변화시켜가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히 사회적 가치를 담은 사회적경제기업이라고 본다. 지역의 의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이 이미 훌륭한 소셜미션이지 않은가?

▶‘로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센터가 하고 있는 사업들은?

☞강: 사회적경제 특구사업부터 좀 더 설명하자면, 올해 2년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지역 상권에 문화적 색깔을 입히는 기획자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기존 사회적기업들과 협업해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특히 이틀 동안 버스킹, 전시, 공연, 프리마켓, 공동 브랜딩한 상품판매, 기존 상권내의 작가들과 함께한 주민워크숍 등 정말 다양한 컨텐츠를 담아냈던 <가재울 아트위크-잠시 쉬어가좌>는 나름 재미있고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어떤 시도들에 지역 주민들이 반응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탐색하는 창구가 되었다고나 할까? 여기 참여했던 문화기획자들이 사회적기업양성과정에 선발되어 창업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 경험을 기반으로 올해는 본격적으로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로컬 벤처를 육성하려고 하고 있다.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로컬콘텐츠랩>을 열어 작년까지 했던 다양한 시도들을 상시화 해보려고도 한다.

내년에는 관심을 보이는 기존 상권의 사장님들에게 로컬크리에이터 교육을 하고, 새로 창업한 팀들, 지금까지 특구사업에 참여한 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명지대 앞에서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정리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주민 자치회에서도 지역 의제를 발굴하면서 그저 ‘동네한바퀴’ 정도의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로컬콘텐츠랩>과 결합하는 방법을 적용하려 한다. 마을공동체분야의 사업들은 주민공모사업이든, 마을공간이나 네트워크와 관련된 사업이든 지역생태계의 토대가 되기에 새삼 ‘로컬’을 이야기할 것도 없는 분야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제공)

▶아무래도 ‘로컬’에 관심을 두고 진행하는 일들이 지역재생과 밀접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 도시재생은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합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협의체가 초기부터 잘 구성되고 운영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정책으로서의 도시재생사업은 기한이 정해진 상태로 예산이 투입되고, 그 기간 내에 계획했던 성과가 나야하니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진짜 주민들의 도시재생은 정책사업 기간이 끝나고 비로소 시작된다고도 할 수 있고, 그러자면 지속가능성과 여러 전문적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참여가 꼭 필요해진다. 마을관리기업(CRC;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를 지역에 남기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의 최종 목표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지점에서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주민자치가 필수적으로 결합되기도 한다.

우리 센터는 2019년부터 주민기술학교 사업 자치구로 선정되어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천연충현도시재생센터>와 협력해 주민들이 마을관리기업을 만들 때 필요한 기술과 가치를 교육하고 있다. 사업지 별 주민협의체가 동 단위 주민자치회와 별개로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두 조직의 주민들이나 활동가들이 네트워킹하고 협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로컬’을 전망해 본다면?

☞강: 센터 자체적으로 △호혜 △연대 △자치 △공동체라는 네 가지 화두를 이야기하고 있다. 호혜와 연대라는 가치를 지향하며 자치역량을 가진 주민 공동체가 로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위의 공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생태계. 이런 지역생태계를 형성해가는 것이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풀어갈 해답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상황이 발생했는데, 어쩌면 그간 로컬에서 풀어보려던 과제들과 그 해결방식이 훨씬 더 중요해질 수 있었다. 차를 덜 타고, 장거리 해외여행을 덜 하고, 로컬푸드를 먹으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고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게 언제부터인가?

하지만 서울에서는 1시간 남짓 출퇴근이 다반사고, 주말이면 바람 쐴 겸 드라이브하고, 대형 몰에서 쇼핑하고, 물건은 냉장고와 창고에 쟁여놓고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지 않았나? 그런데 재택근무를 경험하며 생활반경이 로컬에 맞게 줄어드니 “우리 동네에 그런 게 있었다면 멀리 안 나갈 텐데”를 체감하게 된 것 같다. 코로나19로 유발된 비대면적 관계의 필요성이 오히려 안전한 대면적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로컬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이 우리 사회를 호혜와 연대의 자치공동체를 형성해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한다. 그래서 더 로컬에 집중하고, 일상으로서의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주민들, 기업들을 지원하려 한다.

이제는 삶의 방식 자체가 재편돼야 한다. 하루 3시간을 출퇴근에 쓰고, 같은 동네에서 10년을 살아도 동네 슈퍼에는 가본 적이 없고,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 이웃과 인사를 해본 적이 없는 삶이 정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세계화로 이루어진 지구촌이 다시 지역으로 잘라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대면적 접속 기술을 이용해서 작아진 지구촌을 살아가면서, 로컬에서 안전하고 호혜적인 비대면적 관계를 맺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본다.

▲위 기사는 로컬트렌드 미디어 <비로컬>과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