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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기생충 (PARASITE, 2019)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06.10 10:04 의견 0

▲ 영화 <기생충> 포스터 ⓒ 네이버 영화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우리나라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날이 언젠가는 올 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빠를 줄은 솔직히 상상을 못했다. 봉준호 감독이라는 사람의 대단함이야 전작들을 통해 잘 알고는 있지만, 언어의 한계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장벽과도 같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이번 수상은 더 대단하고,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낸 그의 똘끼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떤 이들은 상을 받았다고 하면 "어떤 영화길래 그런 상을 주지"라는 일종의 까기심리로 영화를 보곤 하는데, 이번 영화는 일단 개인적으로는 까방권을 획득하고 봐야하는 영화가 아닐까한다. 만약 수상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소품과 미장셴을 활용해서 정확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극히 드문게 하나의 이유고, 두 번째는 송강호(사심작렬)다.

최근 한국영화를 보고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영화가 있었나 싶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카스트'가 있다.

▲ 영화 '기생충'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의 내용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부자의 집에 가난한 자들이 침투해서 벌어지는 일종의 블랙코메디다. 가난한 이들이 속임수로 부자의 삶에 접근하게 되고, 그 삶을 자신들과 동화시켜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영화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만민이 평등하고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이 또한 없다. 부와 가난이라는 경계는 어느 덧 신분의 경계로 까지 확산되어 버렸다.

"부자들이 착하기까지 하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이미 현실에서도 잘 나타나있다. 부자들이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대외적으로 꺼리낌이 없다. 영화 속의 부자처럼 생각도 언제나 심플할 뿐이다. 복잡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 일반인의 삶은 무엇 하나 쉬운것이 없다. 어느 것 하나 얻기 위해서는 경쟁해야만 하고, 그 과정은 복잡하고 과실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위축되기까지 한다. 옛날에는 공부만 잘하면 출세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거의 귀족신분제의 부활 수준까지 도달해있다. 이것이 얼마나 코메디인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수많은 것들...영화는 [냄새]라는 후각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어느정도 윤택해진 삶에 자신감도 생겼지만, 자신의 몸에서 난다는 냄새의 원인이 반지하에 살아서 나오는 곰팡이 냄새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부자들만 맡을 수 있는 가난의 냄새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 이상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계급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된다.

없는 자는 가진 자에게 기생해서 살아야하는 존재란 말인가

¶섞임이라는 위화감

▲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영화의 키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등장하는 것이 수석이다. 가난한 자에게는 쓸모없고, 부자에게는 자랑거리인 것이 수석이다. 인간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수많은 물건 중에 가난한 자에게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거의 유일한 것이 수석이다. 가뜩이나 없는 자의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허영심이 떠오르 듯 수석이 떠오름이 상기된다.

우리 세상은 섞임이라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부자의 취미와 일반인의 취미들이 같기 어렵고 즐기는 일상이나 음식또한 그렇다. 우리의 평범한 무엇이 부자들에게는 독특함이 되어 나름의 가치가 매겨질 수도 있고, 우리도 부자의 어떤 부분을 따라해 볼 수 있지만 결론은 서로에 본능적으로 섞임에 대한 위화감이 이미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수석이라는 소품은 양쪽 어디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경계를 가로짓는 장치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냄새라는 것이 상징적으로 등장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 이상의 수많은 것들이 경계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 연출과 연기의 합, 그리고 송강호의 힘

▲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했었다. 송강호만이 낼 수 있는 이 표정에 숨어있는 복잡함이라는 것의 정체가.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송강호구나 하는 말이 나온다.영화에 나오는 모든 연기자와 모든 연기가 좋았다. 예를 드는 것도 스포일러라 할 수는 없다.

특히 최우식이라는 배우는 "또 발전했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엄청나다.나머지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좋았기에 딱히 누굴 찍어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적재적소 모든 이들이 원래 그자리에 있던 이들처럼 자연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연출인 봉 감독의 디테일의 힘이 가장 큰 것임에 이견이 없다.

¶봉준호라는 감독

▲ 칸 영화제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 네이버 영화


우리나라에서 봉준호 감독보다 기대치가 더 높은 감독은 단언컨대 아직은 없다. 비슷한 레벨에 박찬욱 감독 정도가 있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얼마 전 손석희와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다음 계획들 자신있게 밝히는 그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러웠다.

<플란다스의 개>를 말아먹었을 때, 자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방송이나 영화를 한편 하려면 제작비를 마련하려고 연출보다는 영업에 가까운 일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지 알만한 이들은 알 것 이다. 아마 그런 이유에서 자신에게 다음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그를 믿어주고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한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진정한 봉준호라는 명감독을 만들어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칸의 쾌거를 축하하고,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한다.

모든 부분에서 실패에 교훈을 얻는 이들이 다시 훌륭한 자리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계급이 없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