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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세일즈_톺아보기(2)] 생존을 위한 노력: 3부 영업의 변화

윤준식 기자 승인 2020.10.08 11:40 의견 0

‘톺아보다’란 ‘샅샅이 더듬어 뒤진다’는 의미입니다. 현업에서 오랫동안 종사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정리해 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고 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실험적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 첫 번째 제약세일즈 톺아보기는 제약세일즈 분야 20년 경력의 김부장님과 지난 3월부터 15회 이상 진행된 인터뷰를 팟캐스트 형식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특정 제약회사와의 관련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재를 마칠 때까지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김: 2019년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국내 모든 이런저런 제약회사가 800개가 넘는 걸로 조사됐거든요. 이런 많은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 살아남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쟁력 있는 회사들이 더 살아남죠.

제약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인원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거예요. 당장 한 5년 전쯤 부터인가 제약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국내 큰 회사의 경우는 공채로 100명 이상을 채용했거든요. 제약회사 모임 카페 같은 게 있는데 요즘은 경력사원 위주로 잡 포스트(Job Post)가 많이 나와 있고요. 그래서 진입 장벽이 과거보다 좀 높아졌다고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윤: 조금이 아니라 많이 높은데요. 안 뽑으면 진입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 거잖아요. 진입이 돼야죠. 혹은 다른 업종에서 이직을 하거나요.

◆김: 다른 업종에서 전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제약회사 세일즈 하시는 분들이 다른 업종 세일즈로 이직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이 봤어요.

사실 제약 산업 자체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업종 영업사원이 들어오면 재교육을 하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그러면 차라리 신입사원 뽑는 게 낫죠. 그러다보니 제약에 몸담고 싶은 분들이 회사 정보를 정확히 모르고 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제약 회사에 발 딛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회사를 선택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해요.

◇윤: 이제 신입사원을 안 뽑는 분위기라고 하셨는데 10년 후쯤 되면 제약 영업사원이 얼마나 남아있게 되는 건가요? 새로운 세일즈맨 공급이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사람이 줄어들 텐데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지 모르겠네요.

◆김: 코로나 사태가 참 많은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 게 사실이예요.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건 비대면이라는 건데요. 영업은 대면이 근간인데, 그게 바뀌고 있어요. 큰 회사들은 비대면을 위한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면 방식 영업보다 비대면 방식을 받아들이려는 분위기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에는 회사가 비대면 방식으로 노력해도 그게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성공적이지 않았거든요. 이제 제약회사의 시스템이나 담당자 역량도 발전했고 그래서 규모의 경제보다는 조직을 다운사이징 해서 효율적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 추세죠.

줄어간다는 건 사양 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의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단순히 약물이나 질환 지식이 많다는 게 아니고요. 제 기준으로는 결국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토탈 서비스 컨설턴트가 최종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윤: 그래서 새로운 제약 세일즈 개념이 매디컬 리젠터티브(Medical Representative)라고 말씀하신 거군요.

◆김: 맞습니다. 말 그대로 회사를 대표한다는 뜻이 잖습니까? 그만큼 담당자의 역할이 윤리적이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기도 하고, 또 IQ만 높다고 일을 잘하나요? EQ, 즉 감성도 좋아야 하죠. 저는 하나 더 이야기를 해요 JQ 입니다.

◇윤: 잔머리요?

◆김: 그렇습니다. 센스 있는 사람들이죠. 전문가 집단을 만나는 제약 영업 담당자들은 애티튜드(Atitude)면에서도 굉장히 뛰어나 있거든요.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회사에서 교육을 많이 받고요. 트레이닝 된 상태이죠. 그런 측면에서 예전에는 제약 영업에서 보험 영업으로도 많이 갔어요.

이제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시간이 갈수록 인원은 줄겠지만 각자의 전문 영역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스트레스풀(Stressful)해요. 보통 이 변화의 주기가 10년에 한 번 정도가 아니고 최근에는 계속 변화의 물결 속에서 파도타기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변화 예측이 가능하다면 큰 문제가 아닌데 지금 경제에서도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많이 쓰거든요. 그러면 스스로 현실에 충실하며 변화하는 것밖에는 살아남을 길이 없어요. 이제 세일즈와 마케팅을 구분하기보다 저는 이 걸 합쳐서 저만의 용어로 셀케팅(Sal-keting)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윤: 직접 창안하신 개념인 거예요?

◆김: 방금 만든 거예요. 지금은 세일즈와 마케팅이 구분됐다기 보다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유기적으로 한 몸으로 가는 추세에요. 조직 인원도 다운사이징 됐고요. 그래서 이런 준비를 항상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거의 의사 수준으로 자기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강한 분들 심지어 의사분들께 치료 가이드도 해줄 수 있는 분들이 살아남고 토탈 컨설턴트로 진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 그럼 이제 제약 세일즈에 뛰어든다는 것은 의사 수준만큼 내가 성장하겠다는 각오 없이 불가능 하겠네요?

◆김: 제가 유방암 담당한 지 한 5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 마케팅소속으로 신약 런칭부터 현재 세일즈까지 하고 있는데요. 신약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제품지식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잖아요. 일단 신약은 제약회사 직원이 제일 많이 알아요.

그런데 항암제는 보험 규정도 따라가야 하고 환자의 시퀀셜세라피(sequential therapy)-치료의 순차적 요법-라는 것도 고민을 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고혈압 약물처럼 평생 먹는 게 아니고, 암같은 경우는 재발을 잘 하잖아요. 재발되면 어떤 치료로 가야하고 그 때 어떤 약물이 좀더 효과가 있고 이런 걸 알려드리는 역할을 할때가 많아요. 그런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 가이드를 드리는 경우도 있는 거죠.

우리나라 보험 규정상 항암제는 고가이기 때문에 옆 나라 일본과 달리 의료보험 보장이 제한적이라 첫 스타트를 잘 못 시작하면 나중에 환자가 약을 비급여(환자부담)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와요.

◇윤: 그러면 돈이 없어서 병을 못 고치는 일이 벌어지는 거네요?

◆김: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약이 무조건 좋다고 처음부터 쓰면, 언젠가 재발했을 때 쓸 수 있는 약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환자가 충분히 혜택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요.

신약이 나오면 그런 실무적 부분들을 선생님들도 굉장히 궁금해 합니다. 우리는 담당분야에서 치료옵션을 완전히 알고 있어야 하죠. 유방암 진단서부터 치료 패턴 그리고 우리 회사 약물 뿐 아니라 경쟁사 약물의 특징 및 보험규정까지 다 알고 있어야 하죠.

우리가 “우리 약만 써주세요.” 그러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영업사원이고요. 환자에 맞는 최적의 옵션을 알고 있어야죠. 그러면 첫 시간에 이야기했듯 영업사원이 판매자의 개념은 아닌 거죠. 환자 중심주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윤: 결국 의사를 도와 환자를 치료하는 역할을 제약 세일즈 담당자가 해야 한다. 가서 고개 숙여서 제품 밀어 넣어 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 일부 그런 약도 있어요. 없다고는 얘기 못하지만, 그래서 처음 제약회사를 접할 때 그러지 않는 회사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 바람이에요. 선생님들과 깊이 있게 약물의 장단점을 디스커션하고 데이터에 대해 정보 전달하면서 굉장히 희열 느끼는 신입사원들을 많이 봤거든요. 이제 일차원적 관계(Relationship)개념 보다는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쉽(Partnership)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거죠.

만약 어떤 제약 세일즈맨이 자기 약물만 이야기하고 매출에만 신경 쓰고, 더 좋은 옵션을 선생님께 컨설트해주지 않은 걸 나중에 선생님이 알게 되면 얼마나 신뢰가 안 가겠습니까. 장사꾼으로 바로 낙인 되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제약회사들이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M&A도 하고 자회사도 만들고 CSO 활용도 하고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다는 거고요. 가장 중요한 건 신약 개발 노력이죠. 다음에 기존 약물 적응증 확대도 있고요.

결론적으로 이게 ‘제약 주권’에서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신약으로 등재된 1호 약물이 1999년에 ‘SK케미칼’에서 개발한 위암 치료제거든요. 2020년도까지 보면 약 30개 품목이 신약 등재가 됐어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한 가지 신약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면 각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한 건지 말하고 싶어요.

최근에는 CJ헬스케어에서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이라는 신약을 따끈따끈하게 마지막으로 신약 등록을 한 것을 확인했어요. 국내 회사들에 대한 인식이 카피 약물만 만드는 회사라는 생각이 많은 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제네릭 약물 가치에 대해 한 번 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복제약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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