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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대‘한심(寒心)’국] 10편: 조국의 거짓말

조인 작가 승인 2019.11.23 23:00 의견 0

조국은 한·일전을 이기면 뭔가 얻는 게 있다고 거짓말했다.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은 국민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국산품 애용하고, 축구 할 때마다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조국은 신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조국은 보호자 같은 존재였다. 『블랙 어스』는 국가 주권의 중요성을 구구절절이 서술한다. 그러면서 국가의 존재 이유를 강조한다. 사실, 그 잔인무도한 히틀러도 주권 국가의 유대인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하니, 조국은 분명 국민의 보호자인 셈이다. 

우리 조국도 그렇긴 하다. 하지만, 대체로 중요한 사람만 지킨다. 과거 조국은 개천에서 용이라도 나올 수 있게 해줬다. 물론, 개천에서 용이 됐다고 해서 큰 바다에 죽 살다가 등장하는 용과 같은 건 아니었다. 용도 용나름 이었다. 그 출신이 중요했다. 그래도 용이 돼 용트림이라도 할 수 있었던 전설 같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국은 그런 기회를 줄였다. 대표적으로 사법시험을 폐지했다. 뭐 말이야 여러 가지 단점을 극복하고 법률 서비스를 확대하고 보편화하겠다는 건데, 결론은 새로운 음서제가 되고 말았다. 등록금도 적지 않아서 돈 없는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그리고 말만 좋아서 법률 서비스지 현재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은밀히 사시 출신들한테 속된 말로 발리고 있다.

조국은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의 개천에서 용 될 꿈마저 포기하게 했다. 알고 보니, 로스쿨 제도는 사시에 떨어진 관료들의 농간이라는 말도 떠돈다. 하기야 본인의 트라우마를 이런 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조국이 마련해 준 것이다. 조국은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늘 남발하지만, 지킬 생각은 하지 않는다. 조국 자체가 가진 자들의 편이어서 실패한 자들을 돌보지 않았다. 혹 실패를 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자들만 따로 모아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줬다.

조국의 입장에서 자유와 평등은 가진 자들의 것이지 일반적인 국민이 가질만한 것이 아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천재도 『자유론』에다가 그렇게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지만, 그 시대의 어쩔 수 없는 산물이었을까? 자유에도 자격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자유에 자격이 필요하면, 그것이 자유일까? 자유와 평등에도 등급이 있다면, 그게 자유이고 평등일까? 

이쯤 되면 조국을 물리치거나 대체하거나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하는데, 조국은 전복되지 않는 한 스스로 철수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국 전복은 역사적으로 봐도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고조선이 있었고 다음에 삼국 시대, 통일 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서 지금 대한민국이다. 좀 과장에서 반만년이라고 하는 역사에서 대한민국은 여섯 번째 국호이다. 한 마디로 전복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조국이 철수하면 평안(平安)해질 것 같은데, 스스로 그럴 수 없으니 평안은 오지 않는다. 불편함과 불만만 가득하다. 지난 선거에서 목소리 톤을 바꿔서 열심히 뽑아 달라고 했던 후보가 있는데, 지금은 철수한 거 같다. 목소리를 바꿔서 대통령이 될 것 같았으면, 이미지도 좋고, 목소리도 좋은 성우가 대통령직에 있을 거다. 그래도 그 후보는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현재는 철수 중이다. 

그러나 가슴 뭉클하게 했던 저, 잘 난 조국은 여전히 그 위상을 떨치며 아직도 국민에게 감동을 줄 것마냥 버티고 있다. 세계시민을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이라고 한다. 이제 국경도 사라지고, 국민의 개념도 희미해질 텐데, 그때가 오면 조국은 사라질까? 이렇게 생각하니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아직도 많은 국민은 조국을 원한다. 무슨 공화당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물러나서 감옥에 있는 그녀를 애타게 구원하고 싶어한다. 생각은 자유고 활동도 자유롭게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확성기는 좀 작게 틀었으면 한다. 

“현 정부에서 연방제 적화통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돌아다닐 수도 없어요. 정치에 관심 없어도 이번만큼은 관심 가져주셔야 해요!” 

연방제 적화통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연방제 적화통일과 전 대통령 석방과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새로운 선거가 끝나게 되면, 저 확성기 소리는 당의 소멸과 함께 사라질까? 저들은 조국을 간절히 원한다. 조국을 대신할 뭔가가 없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래도 조국이다! 라고 생각해서 인정해 주는 걸까? 

조국은 자녀를 아낀다. 자녀를 무척 사랑한다. 그래서 뭐든지 해주고 싶어 한다. 사실, 조국은 그래야 한다. 하지만, 조국은 모든 자녀를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진 자만을 조국이 감싸 줄 뿐이다. 아니라고 손사래 하지만, 사실이다. 가진 자는 조국의 후광을 등에 업고 그들만의 복잡한 ‘룰’을 만들어서 일반인들은 참여하기 힘들게 만든다. 너무 복잡해서 일반인들은 그 방법을 활용하지도 못한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오캄(William of Ockham)은 단순한 명제를 원했고, 아인슈타인도 적당한 수준의 복잡함을 원했는데, 조국은 꼭 누군가에게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처럼 복잡한 절차를 내세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조국의 거짓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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