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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39)]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에필로그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12.26 18:00 의견 0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는 최초 십대 당선인이 나왔습니다. 만19세로 십대인 대학생이었습니다. 선출직이 아니라 비례 대표였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임기 4년 동안 좋은 정치활동을 한다면 이후 더 좋은 정치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죠. 아울러 현재 여당(국민의 힘)에서 최초로 등장했으니, 제1야당(더불어 민주당)에서도 서둘러서 십대 의원을 배출하려고 할 듯합니다. 각 정당에서 경쟁적으로 십대 정치인을 등장시킨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치계가 젊은 피를 수혈해야할 만큼 늙었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러나 십대가 정치활동을 시작했다고 해서 급속도로 십대 정치인들이 늘어날 거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이들의 정치활동을 막는 장애물이 많으니까요. 일단, 교육 시스템 상 대학 입시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과거 문화 대통령으로 불렸던 ‘서태지’는 대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해외 유명인 중에서도 대학 졸업장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성공은 굉장히 특별한 경우입니다. 물론, 십대 청소년들은 무궁무진한 꿈을 꿀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연습생만 10년 넘게 했지만, 데뷔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청소년들도 많고, 혹 어렵게 데뷔했더라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 그룹이 많습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고, 코인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야든 성공이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직장에 다니고, 취미 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대한민국 최초 10대 기초의원 천승아 (천승아 의원 홈페이지 캡쳐)


정치인을 생각하면, 우리는 쉽게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을 떠올립니다. 지방선거가 다시 시작된 지 30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우리 뇌리 속 정치는 중앙정치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정치는 지방에서 이뤄집니다.

국회의원은 300명밖에 되지 않지만, 제8회 지방선거 결과 선출된 지방 정치인은 광역단체장 17명을 비롯해서 광역의원 827명, 기초단체장 226명, 기초의원 2,988명 등으로 중앙정치인 숫자를 훨씬 압도합니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 우리가 떠올려야 하는 정치인은 중앙정치인이 아니라 지방정치인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십대들이 장래 희망으로 정치인이라고 적어 낸다면, 이 말은 곧 지방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 이해돼야 하고요.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학위를 받은 프랑스 학자 자끄 엘륄(Jacques Ellul)은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2010년) 라는 책으로 많은 귀감을 주었습니다. 이 책이 등장한지 벌써 10년이 지났으나, 이 말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사고는 세계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행동을 지역적으로 하는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역으로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대체로 세계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듯하고요. 이런 모습을 볼 때, 우리 발이 딛고 있는 땅과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하늘 사이의 간격이 꽤 크게 여겨집니다. 이런 차이는 중간에 에베레스트 산을 가져다 놓아도 다 메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늘을 바라보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하늘을 쳐다보기 전에 땅에 붙이고 있는 발을 인식해야 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아무리 날고 싶어도 직접 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라는 기계를 만들어서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먼저, 나에게 날개가 없음을 인식하니, 대체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정치는 대통령, 국회의원들만 하는 게 아닙니다. 십대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꿈꾼다고 해서 모두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내가 머물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쉽게 실행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됩니다. 내가 살아가는 지역의 성장과 발전을 생각하면, 당연히 더 큰 도시, 더 발전한 국가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하게 되는 것이죠. 선거와 관련한 법률이 발전해서(바뀌어서) 십대들이 직접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 전환과 지역에서의 활동입니다. 아울러 기성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뉴디지털화를 잘 활용한다면, 더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정치 환경은 어쩔 수 없이 세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사고를 세계적으로 하고, 행동도 가상공간이나마 세계적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기성세대가 되기 전에는 기성세대가 되면 다르게 살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현재 기성세대는 이전 기성세대를 부러워합니다. 적어도 경제적인 부분, 그리고 세상의 변화 속도에 대한 적응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현재와 비교할 때 안정적인 직장이 보장됐고, 세상의 속도도 지금처럼 빠르지 않아서 그럭저럭 따라잡을 수 있었으니까요. 현재 디지털네이티브3.0 세대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요?

열린 지방정치 기회를 잘 활용해서 미래의 주역으로 잘 살아갈까요? 아니면, 또 다른 핑계를 대면서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게 될까요? 그리고 십대들이 미래의 주역이라고 해서 미래의 정치발전이 무조건 십대들만의 몫은 아닙니다. 현재 십대들에게 기대하는 기성세대의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청소년들이 잘 성장하고 우리나라 정치도 발전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지역의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공정’이 가능한 세상이 될 수 있고요. (연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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